156호 > 기고·칼럼 >기자수첩
당신의 일이 내 일이 되기까지
등록일 2019.09.11 16:51l최종 업데이트 2019.09.11 16:51l 한지우 기자(lhanjiwool@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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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고 돌아 매일 별 생각 없이 사용하던 키오스크를 기사 주제로 잡았다. 여느 때처럼 검색창에 '키오스크'를 검색하는 것으로 취재를 시작했다. 연관검색어엔 '키오스크 문제점' '키오스크 고령자' 등의 문구가 보였다. 기성언론의 많은 기사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키오스크 도입을 연관 짓고 있었다. 관련돼 나온 전문 자료가 있는지 살폈다. 키오스크를 집중적으로 다룬 학술논문은커녕 마땅한 공식 통계도 존재하지 않았다.

  객관적 자료가 없는데 기사를 쓸 수 있을지 막막했다. 쓰더라도 일상적으로 당연히 알 수 있는 수준 이상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결국 남은 방법은 거리로 나가는 것밖에 없었다. 고객이 아닌 기자로 서울대입구역 키오스크를 누볐다. 영화관에서 주문을 하다가도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용자를 만나면 곧장 취재를 시작했다. 인건비와 키오스크의 관계를 다룬 자료가 없으니 카페에 무턱대고 들어가 사장에게 직접 물었다. 사람들의 일상의 이야 기는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범위를 한참 넘었다. 어떤 자료를 조사하고 어떤 전문가에게 인터뷰를 요청해야 할지 새로운 길이 열렸다.

  지면에 싣지는 못했지만, 차별금지법 인터뷰에서 입법을 위한 앞으로의 과제에 대한 질문에 조혜인 위원장이 답한 내용에는 이런 게 있었다. 다수의 시민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지만 본격적 입법시도가 이뤄지지 못하는 이유는 다들 법의 취지에 소극적으로 공감할 뿐 그것을 '내 일'로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내 일처럼 여기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기자로서 나는 어땠나. 취재를 한다는 것은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나는 정작 사람들로부턴 등 돌린 채 자료 몇 개를 그들의 삶이라고 여긴 것은 아닐까. '내 일'처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 없이 손쉽게 '그들을' 규정하고 '그들에 대해' 쓰고 있던 것은 아닐까.

  이 세상의 수많은 '그들'에게.
  
  당신의 일이 모두의 '내 일'이 되기까지 보고, 듣고,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