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호 > 특집
따로, 또 같이 사는 법 청년들의 ‘혼자 살기’가 고립이 아닌 자립이 되려면
등록일 2019.10.21 11:26l최종 업데이트 2019.10.21 23:25l 임은지 기자(suja0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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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서울의 세 가구 중 한 가구는 1인 가구다. 1985년 전체 가구의 4.5%에 지나지 않던 1인 가구는 30년 만에 6배 넘게 증가해 2015년 기준 27.2%에 이른다. 인류 역사 내내 함께 사는 생활이 얼마나 보편적이었는지 생각해보면 최근 한국 사회의 인구 구조가 매우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음은 명백하다. 특히, 혼자 살기를 선택하는 청년들은 1인 가구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청년 1인 가구를 바라보는 시선과 ‘혼자’ 사는 청년들이 ‘함께’ 삶을 꾸려나가는 모습을 들여다봤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 주세요

  청년 1인 가구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다. 서울대 박경숙 교수(사회학과)는 현재 한국 사회 모습을 “가족 중심의 삶이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이 됐음에도 가족 중심 제도와 지배적인 문화 인식이 변하지 않은, 일종의 인지 부조화 상태”라고 묘사했다. 한국과 1인 가구 비율이 비슷한 유럽국가를 비교해보면 결혼 및 가족 구성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한국이 월등히 높다. 이처럼 ‘결혼 규범’과 같은 기존 공동체 사회에 대한 향수는 쉽게 청년 1인 가구를 부정적인 자리에 몰아세우는 이유가 된다. 여전히 함께 살기를 삶의 표준으로 여기는 사회는, 혼자 살기를 미완성의 단계 혹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과도기로 평가한다.

  그러나 혼자 사는 청년의 증가는 세계적으로 자연스러운 인구변화다. 미래발전연구소 변미리 센터장은 “1인 가구의 증가는 발전된 국가에서 나타나는 일반적 현상”이라며 유럽의 평균 1인 가구 비율은 30%를 상회하고, 북유럽 국가나 대도시의 경우는 50%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사회의 1인 가구 증가 속도가 유난히 빠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 현상 자체의 보편성을 인정할 시점이 왔다”고 밝혔다.

  한국 사회의 청년 1인 가구 증가 속도를 설명하기 위해선 한국 특유의 사회 구조적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박경숙 교수는 “청년 1인 가구의 증가는 일차적으로 미혼, 비혼, 만혼화에 따라 가족제도에 편입되지 않고 혼자인 상태로 남는 청년들의 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한국 청년들은 결혼을 못 하거나 안 하고 있을까. 박 교수는 이에 대해 “청년 1인 가구 현상은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와 그로부터 파생된 친밀성 및 재생산의 위기와 관련이 높다”고 지적한다. 청년세대는 불평등하고 경쟁적인 사회를 경험하면서 성공, 완벽, 자기 과시의 욕구가 커지며 미래 배우자에 대한 눈높이는 높아졌지만, 한편으론 욕망의 좌절이 일반화되면서 아예 욕망을 거두는 흐름을 보인다. 또한 기존 성 역할 분리 구조의 차별성과 모순이 드러나면서 비혼을 선택하는 청년
이 증가하고 있다. 이기지 못하면 아무것도 갖지 못하는 사회라고 생각하면서 다음 세대에게 고통을 넘기고 싶지 않아 비출산을 지향하는 청년들도 있다. 이런 설명에 따르면 ‘자발적’ 청년 1인 가구의 ‘혼자 살기’ 선택도 순수히 기꺼운 선택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사회적 모순과 어려움으로부터의 탈피일 수 있다.

  1인 가구 증가가 세계적으로 막을 수 없는 흐름에 놓여있고, 한국의 현실 역시 이를 가속한다면 청년 1인 가구를 향한 시선은 변화가 필요하다. 여성가족부의 ‘인구특성별 1인 가구 현황 및 정책대응 연구’는 ‘사회 공동체가 합리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혼자 사느냐 여럿이 사느냐의 형태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힌다. 혼자 있는 것이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듯, 오직 기존의 공동체 형성만이 연대를 의미하진 않는단 설명이다. 구조의 모순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미 다수의 청년들이 선택한 삶의 형태를 기존의 기준에 비춰 낙인찍는 시선은 사회 공동체 내부에서 또 다른 억압을 낳는다. 박경숙 교수는 “고통스러운 삶의 조건 속에서 발생한 청년들의 선택에 대해 그 원인을 도외시한 채 결과만을 부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이며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사회의 지원이 필요
함을 지적했다.


탄탄한 사회 지원망이 필요하다

  청년 1인 가구 집단은 상이한 두 특징을 동시에 보인다. 먼저 청년 1인 가구는 소득 대비 주거비 지출 비율이 다인 가구에 비해 높고, 주거비 과부담, 주거 안정성 저하 및 전세자금 대출 문제 등으로 주거 빈곤이 심각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가족정책 대응방안 연구’에서 1인 가구의 정책지원 욕구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세제 혜택 등 경제적 지원, 다양한 소형주택 공급, 치안 방범 등 안전성 강화가 차례로 드러난다. 변미리 센터장은 “공공부문은 이러한 요구를 중심으로 정책개발을 하는 상황”이라며 “서울시의 역세권 청년주택정책이나 여성 1인 가구를 위한 안심생활환경 SS존(Safe Single Zone)의 개발 등이 대표적”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한편 청년 1인 가구 집단에는 높은 소득과 사회적 지위를 가지며 자발적으로 혼자 살기를 선택한 청년들도 상당수 포함된다. 이들은 운동과 문화생활, 여행 등을 즐기고 사교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임하면서 소비와 문화 트렌드를 선도하는 주체가 된다.

  그렇다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보장된 청년 1인 가구는 혼자 살기에 필요한 능력을 모두 갖췄다고 볼 수 있을까. 일본 사회의 1인 가구화 현상을 설명한 《초솔로사회》의 저자 아라카와 가즈히사는 ‘혼자 살아가는 힘이란 혼자 있는 상태를 견딜 수있는 힘을 말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그는 혼자 살아가기 위한 필수적 능력으로 정신적 자립을 제시하는데, 여기서 정신적 자립의 전제는 물리적으로 상당 기간 혼자 있어도 심리적 고립을 느끼지 않게 만들어주는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망’이다.

  한국 사람들은 싫든 좋든 심리적 안전망을 가족 관계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2016년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보고서 ‘한국인의 마음건강: 어떤 사회지원망 속에서 건강한가?’는 개인 삶의 질과 마음 건강이 사회 지원망의 종류에 따라 변한단 사실을 밝힌다. 보고서는 사회 지원망의 유형을 가족 지원망, 지인 등을 포함하는 비공식적 지원망, 그리고 공동체나 제도의 지원경로를 포함하는 공식적인 지원망으로 구분한다. 연구 결과는 한국 사회에서 가족 중심의 지원망이 그 무엇보다 강력하게 기능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 1인 가구를 대상으로 가족과의 친밀성 정도를 측정해도 이들이 여전히 가족과 친밀하며 가족을 통해 주된 관계 안전망을 형성하고 있단 사실이 확인된다. 변미리 연구원은 이런 결과에 대해 “사회의 공동체성을 생각할 때 가족 역할의 약화는 결코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금 필요한 것이 가족 관계의 강화가 아니라 이를 보완하는 다른 관계망의 형성이라 말한다. 변미리 연구원은 “지금까지는 가족이 개인 관계망의 전부였다면,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나는 사회에선 가족에게 과도하게 지워졌던 부양 책임과 돌봄 책임, 안전망의 체계를 공공영역이 분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회발전연구소 보고서 역시 연고주의나 사적 관계의 밀도가 약화되고 혼자 사는 형태가 증가하는 상황에선, 가족이나 사적 관계 중심의 지원망을 보완할 수 있는 공적 차원의 지원망 체계 확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더불어 한국 가족 정책 전반의 시각 변화도 요구된다. 변미리 연구원은 “1인 가구 관련 정책을 여성‘가족’부가 담당한다”며 “지금은 가족이 혈연을 중심으로 2명 이상 모여 사는 형태를 의미하지만, 이 정의가 1인 가구가 전체의 30%에 육박하는 사회에서 계속 유효한지를 고민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새로운 관계가 열린다

혼자 사는 청년들은 이미 스스로 새로운 차원의 사회 지원망과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2018년 시작한 시민출자 청년주택 ‘터무늬 있는 집’에선 청년 1인 가구가 주거 빈곤을 서로와의 연대로 극복하는 모습이 드러난다. ‘터무늬 있는 집’은 자유는 주어졌지만, 빈곤과 관계의 단절을 경험하는 청년 1인 가구에게 주거를 위한 경제적 비용과 건강한 사회적 관계, 안정된 주거 환경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지역 시민과 시민 단체들이 출자해 조성한 청년주택기금은 함께 살고자 하는 청년들의 주거공동체 주택 보증금이 되고, 청년들은 지역 활동과 단체 내 재능공유를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한다.

청년 문제 해결과 사회 관계망의 형성이 동시에 가능한 또다른 연대의 형태는 청년연대은행 ‘토닥’에서 볼 수 있다. 사회적 협동조합 성격을 본질로 하는 ‘토닥’은 조합원들이 매월 소액의 출자금으로 공동기금을 마련해 조합원들에게 각종 대출사업을 제공하는 자조금융이다. ‘토닥’이 제공하는 대출은 조합원 간의 관계와 신뢰를 기반으로 대출 심사가 이뤄진단 점에서 제도권 금융의 대출과 다르다. ‘토닥’의 조합원 스카(활동명) 씨는 “‘토닥’이 지향하는 금융 연대는 사람이 지워지지 않는 ‘얼굴 있는 돈’을 매개로 한다”고 설명했다. 일반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조건의 청년도, ‘토닥’ 조합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조합 내 관계를 쌓아온 이력이 증명된다면 ‘토닥’의 대출 방식을 활용할 가능성이 열린다.

  조합원들은 ‘토닥’에서의 경험이 경제적 측면과 관계적 측면에서 이중의 사회 안전망으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조합원 잘한다(활동명) 씨는 “누가 이 돈을 조성했는지 알고, 나도 기금에 기여한다는 사실은 자금에 대한 효용감과 자존감의 향상을 가져온다”며 “‘토닥’에서 금융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뿐 아니라 청년문제를 주제로 다양한 정치적 시선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성평등 위원회를 자체적으로 구성해 연 2회 성평등 교육을 진행한단 사실도 ‘토닥’이 연대 금융의 형태를 넘어 안전하고 열린 청년 공동체를 지향함을 드러낸다. 스카 씨는 “‘토닥’의 청년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삶의 형태와 행복, 인격적 존중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와 같은 사회적 편견으로부터 의지할만한 인간관계를 마련해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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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연대은행 ‘토닥’의 9월 조합원 교육 ‘토닥학개론’이 진행되고 있다.



  청년 공간을 제공해 청년 네트워크의 형성을 촉진하는 단체도 있다. 청년 민간단체 ‘꿈지락 네트워크’는 청년 공간에 대한 필요성을 바탕으로 금천구 청년활동공간 ‘청춘삘딩’을 설립했다. ‘꿈지락 네트워크’ 박석준 대표는 “청년세대는 공간에 있어 약자”임을 주장했다. 자본력이 부족한 청년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현재 카페와 같이 청년들이 많이 활용하는 공간은 지불한 값만큼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자본의 논리에 지배된다는 설명이다. 박석준 대표는 이런 사회 속에서 ‘청춘삘딩’이 갖는 의미를 “돈 대신 다른 이들과의 공유와 배려를 공간 이용의 값으로 지불하며, 오히려 돈을 지불하는 경우보다 공간을 더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고, 청년 간 다양한 관계성을 구축하는 성격을 가진다”는 점에서 찾는다.

  ‘청춘삘딩’은 공간을 매개로 만남을 조성한다. 이때 청년들은 각자의 목적에 따라 프로젝트·커뮤니티 지원 사업과 식생활 사업, 취미 공동체 사업 등을 골라 참여하면서 원하는 성격의 관계망을 선택적으로 구축한다. ‘청춘삘딩’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되, 강제적이지 않은 관계 형성에 목표를 둔다. 박석준 대표는 “‘청춘삘딩’은 기본적으로 정서적 커뮤니티를 지향하지만, 가족과 친구를 대신할만한 끈끈한 관계성을 강요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청춘삘딩’이 지향하는 바는 기존 사회에서 지원망 역할을 독점하던 가족 관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청년들의 요구와 공통문제에 기반한 주제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새로운 종류의 관계망을 형성하고자 한다. 오진선 센터장은 “청년들은 노동시장 이행이 지연됨에 따라 자본 축적의 기회뿐 아니라 사회화와 관계의 기회까지 박탈돼 고립되기 쉽다”며 “‘청춘삘딩’은 지역사회 위에서 독립한 청년들이 적절한 관계를 맺고, 꿈을 향해 도약하는 과정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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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은 ‘청춘삘딩’에서 다양한 식사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새로운 청년 커뮤니티와 조합들은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을 벗어나 청년의 당사자성에 집중해 어려움을 공유하고 극복한다. 그 과정에 깔린 공통의 합의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청년세대 문제의 해결뿐 아니라 청년 개인들이 모여 함께하는 연결망 형성 자체가 이들의 중요한 목표가 된다. 고립을 지향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모두 ‘어떻게 혼자 살 것인가’와 ‘어떻게 함께 잘 살 것인가’란 문제를 마주한다. 혼자 살기가 흔한 일이 되고 기존의 공동체를 지탱하던 관계망이 그 힘을 상실함에 따라 청년들은 함께 사는 모습을 새롭게 그려나가고 있다. 청년 1인 가구의 문제가 오직 그들만의 문제는 아니기에 공동체의 균열을 완화하고 포용 사회로 나아가는 고민은 모두의 몫으로 남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혼자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