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호 > 사회
영구임대주택 30년...사회의 울타리와 철장 사이에서 영구임대주택이 삶의 보금자리로 자리잡으려면
등록일 2019.10.21 13:28l최종 업데이트 2019.10.21 23:09l 장준석 기자(newtonjjang@snu.ac.kr)

조회 수:43

  도시 영세민에게 임대 기한 없이 주택을 공급하는 목적으로 시행된 영구임대정책이 도입 30년 차를 맞았다. 정책의 첫 등장 이후 다양한 공공임대정책이 등장한 상황에서 영구임대주택은 사회적으로 조명받지 못했다. 그간 영구임대주택은 어떤 문제와 시행착오들을 겪어왔을까.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삶의 터전이 겪은 문제를 짚어보고, 영구임대주택의 지속가능성을 따져 봤다.


사진 1.jpg

▲영구임대주택단지 전경


고립된 영구임대주택

  강남구의 한 사회복지관 복지사 A 씨는 “현재 영구임대주택의 가장 큰 문제는 주요 거주계층의 고령화”라고 말했다. 주요 영구임대주택단지가 1980~90년대를 중심으로 건설됨에 따라 당시 입주를 시작한 이들의 평균 나이도 자연스레 상승했고, 영구임대주택단지의 고령화 문제도 심화됐단 설명이다. 실제로 A 씨가 제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강남구 모 영구임대단지는 전체 입주인구의 약 40%가 노인 인구이며, 이 중 독거노인이 전체 세대수의 25%가량을 차지할 만큼 고령화가 상당 수준 진행된 상태였다.

  영구임대주택의 입주 우선 대상에 노인이 포함되는 만큼 일정 수준의 고령화는 불가피하지만, 현재의 고령화는 다른 추가적인 문제를 일으킨단 점에서 무시할 수 없다. A 씨는 단지가 ‘슬럼화’된다는 인식 속에 젊은 인구가 영구임대주택을 떠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생긴 빈자리를 다시 고령층이 채우고, 이는 영구임대주택의 인구구성이 획일화되는 문제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고령화된 인구구성은 주민자치조직 결성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2017년 한국주택토지공사 국정감사 보도자료에 따르면 영구임대주택의 임차인대표회의 구성률은 전체 127단지 중 24단지로 약 18.9%의 비율을 보이는데, 이는 50년 공공임대주택, 국민임대, 5·10년 분양전환단지가 각각 28.2%, 46.6%, 71%의 비율을 보이는 것과 대비된다. A 씨는 “주택단지의 문제는 외부에서 개입해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결국 주민들이 자치조직을 결성해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영구 임대주택단지는 인구 구성상 그런 힘이 많이 부족한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단지 내 입주민 구성과 슬럼화 문제로 인해서 영구임대주택은 ‘하층민’들이 사는 공간이란 부정적인 인식이 사회 전반에 자리 잡게 됐다. A 씨는 “한때는 주변 학교 선생님들조차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학생을 차별하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일반 거주민들과의 소득 격차가 큰 강남구의 경우엔 일반 주택 거주민들이 영구임대주택 거주민을 물리적, 심리적으로 분리하려는 시도가 빈번했다고 덧붙였다. 도시 외곽지역에 영구임대주택단지가 공급되며 도시 영세민들을 지리적으로 격리한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됐다.

  정부가 영구임대주택 주민의 고립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소셜믹스’ 정책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소셜믹스란 아파트 단지 내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함께 배치해 다양한 계층이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제안된 개념이다. 초창기의 소셜믹스 정책은 표면적인 통합에 초점을 둬 통합된 후 하나의 동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차별 행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임대 동과 분양 동 사이에 펜스를 설치해 임대 동 주민들이 분양 동으로 넘어올 수 없도록 하거나, 입주 후 관리 과정에서 통합된 주차공간 내에서 임대 거주민들의 주차공간을 따로 배정하는 식의 차별이 존재했다.

  이에 서울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을 통해 임대 동과 분양 동이 동일한 건축환경을 유지하고 거주공간 및 주민편의시설의 이용 등에서 두 가구의 차별이 존재하지 않도록 할 것을 명시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소셜믹스 정책이 성공했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임거’(임대주택에 사는 거지)와 같은 멸칭과, 시설 이용 문제로 계속해서 발생하는 주민 간의 갈등 등의 사례들은 아직 소셜믹스가 정착하기엔 많은 시간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경기대학교 김진유 교수(부동산학과)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시행돼온 소셜믹스 정책은 서로 다른 소득계층의 다양한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표면적인 융합에만 초점을 맞춰왔다는 한계가 있다”며, 피상적인 방식의 소셜믹스 정책은 서로 다른 계층의 입주민들에게 혼란과 상대적인 박탈감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가령 소득수준이나 생활패턴 등에서 각 거주민들의 특성을 조사하고, 그 격차가 크지 않은 범위 내에서 서로 다른 계층을 융합하는 방식으로 소셜믹스가 이뤄진다면 기존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물도 낡아 간다

  건축 기간이 20~30년을 넘어가면서 주요 영구임대주택단지의 노후화된 건물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2018년 ‘임대주택 노후화 현황’ LH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15만 449 세대의 전국 영구임대주택 가운데 20년 이상 된 주택은 90%를 넘어섰다. 사회복지사 A씨는 “주택 자체가 오래전에 건설된 만큼 주거시설에서 주민들이 많은 불편을 겪는 편”이라며, 배관 시설의 노후화로 자주 발생하는 해충이나 빙결문제를 예로 들었다. 화재 예방이 적절히 이뤄지지 못한 점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기본적인 화재 예방 시설 점검은 이뤄지고 있지만, 이용이 어려운 구형 소화기, 노후화된 건물구조 등으로 인해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단 지적이다.


사진2.JPG
▲영구임대주택 동 입구 건설된 지 20년이 넘어가며 노후화가 진행된 모습이다.


  노후화된 영구임대주택의 유지보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일반주택과는 달리 공공임대주택은 특별수선충당금이나 시설물의 유지보수와 관련한 유지관리비를 주민이 아닌 SH나 LH주택공사와 같은 공공사업자가 부담하기 때문이다. 노후주택에 대한 국비 지원을 제외한 기타 유지보수비는 사업자의 몫인 셈인데, 이러한 기타 수선비용에 대한 부분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2018년 한국주택학회 정책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SH가 보유한 20년 이상 임대 주택 재고가 2029년에 10만 호에 이르면서 수선유지비가 급격히 증가할 전망이다. 공공임대주택사업의 수익성이 확보되거나, 정부의 재정지원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사업자의 부담범위를 넘어선다면 결국 노후화 문제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공급 위주의 영구임대주택정책을 넘어서

  영구임대주택을 포함한 공공임대주택이 수익 면에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긴 쉽지 않다. 취약계층을 위한 주택공급이란 공적인 목적을 갖는 정책의 특성상 주택공사가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한국주택학회 정책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영구임대주택 한 호를 공급할 때 LH는 49만원, SH는 115만원의 손실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공공임대주택정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공공임대주택의 재고관리나 정확한 수요파악 등으로 정책효과를 극대화해 현재 주택공사가 부담하고 있는 적자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진유 교수는 “현재 공공임대사업구조는 공공임대에서 발생한 적자를 택지개발 등의 여타 수익사업을 통해서 메우는 구조”라며 이런 수익사업이 한계에 도달했을 때 정부가 나서서 재정 지원을 해주는 방식으로 적자를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책상의 개선을 통해서 점차 확대되고 있는 적자문제에 대응하고 공공임대주택정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말이다.

  명지대학교 김준형 교수(부동산학과)는 영구임대주택의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 현행 임대료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행 임대료체계의 주된 문제점은 입주가구의 경제적인 부담능력과 연계돼 있지 않다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임대료가 입주민의 지불 능력이 아닌 공사지구의 건설비와 지가를 기준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일부 가구는 소득에 비해 더욱 많은 임대료를 부담
하고 있고, 다른 가구는 능력보다 훨씬적은 부담을 지는 구조가 됐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소득의 특정 비율만큼을 임대료로 책정한다면 각 거주민의 주거 안정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적절한 수익성 확보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주택 정책의 방향이 근본적으로 수정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영구 임대주택단지의 문제가 정부의 임대주택정책이 주택공급의 수를 늘리는 데만 초점을 두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김준형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정치적인 맥락에서 임대주택을 짓는 데만 급급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단순 공급정책에서 벗어나 임대주택의 재고관리, 거주민에 대한 복지, 사후관리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김진유 교수는 “임대주택과 관련해 사회 취약계층에게 과도한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비판이 있지만, 아직 주거복지 선진국에 비해서 우리나라는 부족한 수준이다”라며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중요도를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숫자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입주민들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세심한 고려와, 장기적인 시각에서 지속가능한 정책이 세워질 때 영구임대주택은 취약계층을 위한 보금자리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