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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캠퍼스 투쟁을 회상하며
등록일 2019.10.21 19:17l최종 업데이트 2019.10.21 23:13l 강유진(경제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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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3월 11일, 시흥캠 철회를 위한 본부점거의 마지막 날, 나는 그 날이 그렇게나 역사적인 날이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당일 아침 본부를 둘러싸고 수백 명의 직원들이 위협적으로 모여 있는 것을 보고서도 ‘설마 무슨 일이 일어날까?’, ‘겁만 주고 돌아가겠지? 빨리 끝내고 밥 먹고 싶다.’같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서 봤던 다음 장면들은 너무 황당해서 기가 찰 겨를도 없었다. 정문을 막고 있던 내 손을 향해서 잠금장치를 잘라내기 위한 톱이 들어왔을 때 두려움에 피해버렸던 그 굴욕감을 기억한다. 여기저기서 다치고 있는 학생들, 특정 직원의 술 냄새, 학교에서 동원한 사다리차 같은 것들, 다치니까 그냥 끌려나와 달라는(?) 어쩔 줄 몰라 하는 여성 직원들의 모습, 앞장서서 학생들을 끌어내거나 주위를 서성이는 보직교수들의 싸늘한 눈빛, 학생들의 울음소리. 이제야 느끼지만 떠올리면 어지러운 그날의 감각을 나는 오랜 시간 내 깊은 곳에 묻어두고 싶었던 것 같다.

  학교당국의 폭력침탈만으로도 기상천외한 일이었지만 더욱 기상천외했던 것은 이런 사태를 벌인 이유였다. 그 날의 소동은 단순히 학생들이 장기간 본부점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본부점거로 인해 이전되어 있던 해동관사무실을 비우지 않으면 미리 받아뒀던 Creative Factory 중기청지원 사업비 20억을 물어낼 위기에 처해있었기 때문이다. 20억 원이 급해서, 학생들의 요구에 응답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폭력과 톱과 물대포를 들이밀 수 있는 곳이 그 날의 서울대학교였다. 서울대학교는 돈 한 푼에 지성의 전당이라는 자존심을 포기할 수 있고, 최소한의 민주적 원칙이 무너져 내리는 곳이라는 점이 폭력침탈이 드러낸 시흥캠퍼스 문제의 본질이었다.

  시흥캠퍼스의 시작은 단순했다. 서울대와 시흥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한라건설과의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고 아파트를 조성하여 발생한 개발이익을 바탕으로 서울대는 4,500억 원의 현물을 제공받기로 했던 것이다. 서울대가 손해 볼 것은 없어 보이기 때문에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는 생각으로 넘길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실상은 말 그대로 좋은 게 좋은 것’ 정도의 단순함밖에는 없었는데, 이는 2017년 7,8월 시흥캠퍼스 협의회에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협의회에서 나온 학교 측의 주장이라고는 관악캠퍼스의 부지가 부족하다, 민간사업자로부터 개발이익을 받더라도 공적으로 기여하면 된다는 정도의 얘기뿐이었다. 관악캠퍼스의 공간이 부족하다면 애초에 이 넓은 공간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한 까닭이며, 관악캠 내에서도 꾸준히 신축계획이 존재하는데다가, 시흥캠 위치의 지반 문제 등을 고려할 때 대학본부가 주장하는 R&D단지 조성이 가능한지도 불투명했다. 그리고 개발이익을 취하는 과정에서 이미 시흥배곧 한라비발디에서는 ‘좋겠다, 서울대 신도시 엄마들’이라는 문구를 홍보문구로 내걸고 아파트 선전을 진행하고 있었다. 결국 서울대학교라는 이름값으로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고, 학벌주의를 조장하는 현상 앞에서 지원금 받아서 좋은 데 쓰면 되지 않느냐는 말은 지원금을 받는 과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돈만 챙기면 되지 않느냐는 말과 다를 바 없었다. 이밖에도 시흥캠퍼스 조성에 드는 총 비용과 경상비의 조달이 불투명한 문제가 있었고, 학부생 RC를 학생들이 반대하니 애꿎은 대학원생을 보내겠다는 계획이 나오기도 했다. 

  성낙인 前 서울대 총장이 2016년 1010학생총회의 의결로 본부점거를 시작한 학생들에게 찾아와 했던 얘기가 있다. “나도 시흥 안 가봤어요.” 그러면서 오래 전부터 계획해 왔기 때문에 해야 한다는 것이 학생들을 설득하는 논리였다. 한 대학교의 수장이 학생들을 찾아와 호소했던 근거가 이미 해왔기 때문이라면, 대규모의 캠퍼스를 짓는데 별 이유가 없다면, 그런데도 학내 구성원의 대규모 동원이 요구되는 일이라면 학생들이 이에 응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가? 그러나 이유답지 않은 이유로 학교당국의 답은 정해져 있었다. 이미 답을 정해놓고 학교가 취하는 대화는 형식적일 수밖에 없었다. 시흥캠퍼스 협의회 기간에도 무기정학 8인을 포함한 12인의 학생징계를 발표했던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2017년 3월 11일에 이어 5월 1일에도 이어진 두 번의 폭력침탈이 그러했듯 언제든 학교당국은 학생들을 밖으로 내동댕이칠 준비가 되어있다. 학생들이 요구하는 민주주의란 자기들이 정해둔 답을 거부하는 ‘건방짐’ 정도밖에는 되지 않기 때문이다.

  2016년 시흥캠퍼스 총조사를 시작으로 ‘시흥캠퍼스 전면철회를 위한 학생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을 때부터 두 번의 학생총회, 학교 당국에 의한 두 번의 폭력사태, 두 번의 본부 점거, 학생징계 등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2년 혹은 그 이상의 투쟁 기간 동안 지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럼에도 그 당시의 장면을 회상해보면 민주주의와 공공성이라는 가치 하에 힘겨워도 함께 싸우던 사람들이 존재했다. 시흥캠퍼스는 이미 지어지는 중이고, 학생들한테는 상처밖에는 남지 않은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에게 남은 상처는 동시에 우리의 성과다. 시흥캠퍼스 투쟁 기간만큼 학교당국이 알아서 학생을 찾아온 일도, 학생이 동등한 위치에 서본 일도 없을 것이다. 여전히 각종 학내 문제로 시끄러운 서울대다. 매해 교수 성폭력 문제가 불거지고 있고, 한편에서는 노동자들이 처우 문제로 싸우고 있다. 민주주의가 숨 쉬는 대학을 만들어 가는 것은 결국 학생들의 몫이다. 학생의 권리를 지키고 대학 민주주의를 진전시키는 길목에 시흥캠퍼스 투쟁의 기억과 그 때의 가치가 사문화되지 않고 남아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