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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시작이라면
등록일 2019.10.21 19:49l최종 업데이트 2019.11.04 18:38l 최재혁 사회문화부장(coliu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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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버 기사를 작성하는 일은 언제나 어렵지만 이번엔 특히 더 고민했단 생각이 앞선다. 구체적으론 주제를 정하는 단계가 아니라, 정한 이후 진행하면서 더욱 마음이 심란했다. 대학생의 주거권을 다뤘던 학원부와 얼마나 다른 얘기를 할 수 있을지 자문했다. 동시간대 현안을 다뤘던 부서의 지난 커버들에 비해서 ‘한가한’ 문제로 여겨지지 않을지 생각했다.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은 만족스럽진 않다. 맨 앞 기사로 계획됐던, 실제 청년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좌담회를 매듭짓지 못했기 때문이 크다. 함께 진행해야 할 일들을 진행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엔 참여한 부원들을 향한 미안함이 있었다. 사실 지금도 커버 소개 글이나 이 지면을 내가 쓰는 게 맞을지 의문이 있을 정도다.

  그렇지만 이번 커버가 1인 가구를 인식할 때 첫 발판 정도는 될 수 있겠단 기대를 해본다. 기사를 위해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하면서 우리 모두 공감한 부분은 1인 가구 문제의 복잡함이었다. 1인 가구란 현상은 양가적이다. 누군간 비혼주의란 신념 아래 혼자 살기를 선택한다. 다른 누군간 어쩔 수 없이 1인 가구가 된다. 세계적인 수준에서 1인 가구의 증가는 호들갑 떨 필요 없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1인 가구의 증가를 추동하는 한국의 현실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틈바구니에서 커버가 길잡이가 돼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커버의 마무리에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들이 필요할 지 따위를 담아내진 못했다. 그곳엔 다만 실제로 함께 만나 혈연이 아닌 새로운 끈을 엮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실렸을 뿐이다. 모호하지만, 다시 안정한 가정을 만드는 방법이 기존 가족 제도로의 회귀가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가족·생애·정치경제〉에서 장경섭 교수는 “한국인들의 가족주의는 그들이 숨쉬는 공기와 같은 것이라 늘 당연히 존재해야 하지만, 그 공기가 희박해지거나 오염돼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야 하는 사람들이 급증한 것도 현실”이라 적는다. 새로운 모습을 상상해 볼 때다.